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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구 X Fotografisk Center

수영장, 만개한 꽃밭, 얼음 조각까지—한국인들은 쉬는 날을 보내는 방식에 있어 매우 창의적이다. OECD 2021년 기준 노동시간이 세 번째로 긴 나라였고, 과로로 인한 죽음을 뜻하는 ‘과로사(Gwarosa)’라는 말까지 존재하는 한국에서 여가 시간은 드물고도 소중한 사치가 되었다.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사진가 김승구는 한국 노동계층이 함께 즐거움과 휴식을 추구하는 방식 속에서 그 복잡성과 인간적인 면모를 바라본다. 그의 진행 중인 시리즈 〈Better Days〉는 사람들이 일상과 노동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몰려드는 도시의 여가 공간을 엿볼 수 있게 한다.

 

김승구 작가님의 〈Better Days〉는 지난 몇 년 동안 국제적으로 많은 주목을 받아왔습니다. 이 주제가 왜 보편적으로 공감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또 한국 관객과 서구 관객이 이 작업을 받아들이는 방식에 차이를 느끼신 적이 있나요?

 

저는 〈Better Days〉가 넓은 관객층에게 공감되는 이유가, 이 작업이 동시대 도시의 조건, 특히 한국 사회의 밀도 높은 환경과 그 안에서 형성되는 여가의 방식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작업에서 저는 사람들을 개별적인 인물로 보여주기보다는, 높은 시점과 넓은 프레임을 통해 하나의 흐름이나 패턴처럼 제시하고자 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특정한 문화적 배경을 알지 못하더라도,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경험을 이 장면들에 투사하는 것 같습니다. 관객들의 반응을 보면, 한국 관객은 이 장면들을 보다 구체적인 현실로 읽는 경향이 있고, 서구 관객은 다소 낯선 장면으로 받아들이면서도 동시에 동시대 도시 생활의 한 단면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결국 이 작업은 한국의 풍경에서 출발하지만, 그 안에서 사람들이 함께 존재하는 방식을 통해 보다 넓은 공감의 지점을 만들어낸다고 생각합니다.

 

 

제한된 도시 공간 안에서 형성되는 집단적 여가의 장면들을 통해, 저는 한국 사회의 ‘공동체 지향적 개인주의’를 바라보고자 합니다.  — 김승구

 

 

작가님의 작업에는 자연과 문명의 상호작용이라는 큰 주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밤섬〉은 거의 손대지 않은 자연처럼 보이지만 문명의 흔적이 간헐적으로 드러나고, 〈Riverside〉는 자연에 의해 문명이 점유되는 장면을 보여줍니다. 〈진경산수〉에서는 실제의 상징적 산수 풍경이 도시 환경 안에 재현됩니다. 〈Better Days〉는 작가님의 다른 작업들과 어떻게 연결되나요? 그리고 사람과 자연에 대한 개인적인 관심은 어디에서 비롯되었나요?

 

제 작업은 대체로 자연과 문명이 서로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받는가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됩니다. 〈밤섬〉은 역설적인 풍경을 보여줍니다. 도시 개발로 인해 사라진 것처럼 보였지만, 시간이 지나며 다시 재생되어 도시 한가운데 자연의 형태로 남아 있는 장소입니다. 〈Riverside〉에서는 폭우로 침수된 공간에서도 사람들이 여가 활동을 이어가는데, 저는 이 장면이 환경 변화 속에서도 일상을 유지하려는 태도를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진경산수〉에서는 풍수와 신화에 뿌리를 둔 상징적인 산들이 아파트 단지 안에 재현되고, 저는 그 상징적 에너지가 주민들의 삶 속에 어떻게 투사되는지를 일종의 숭고의 물질화로 탐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Better Days〉는 자연과 문명의 관계를 직접적으로 드러내기보다는, 그런 환경 속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하고 공존하는지에 초점을 맞춥니다. 제한된 도시 공간 안에서 형성되는 집단적 여가의 장면들을 통해, 저는 한국 사회의 ‘공동체 지향적 개인주의’를 바라보고자 합니다. 궁극적으로 이 작업들은 자연과 문명, 개인과 집단이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조정되고 공존하는 방식, 다시 말해 제가 한국 사회의 ‘공존의 질서’라고 이해하는 것을 다루고 있습니다.

 

〈진경산수〉에 등장하는 인공 산맥들은 고급 아파트 단지나 개인 빌라 외부에서 발견됩니다. 〈Better Days〉에 등장하는 여가 활동들은 일반 대중에게 경제적으로 접근 가능한 것인가요, 아니면 특정 경제 계층을 위한 것인가요? 또한 그런 방식으로 자연이 ‘화폐화’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진경산수〉의 풍경들은 고급 아파트 단지 내부에 조성된 것이고, 주로 거주자들이 향유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연이 상품화된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반면 〈Better Days〉에 등장하는 여가 공간들은 도시 주변의 공공 공간입니다. 대부분 무료이거나 비교적 저렴하기 때문에 일반 대중이 쉽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공간들은 특정 계층에 한정된 장소라기보다는 공유된 환경에 가깝습니다.

 

자연의 상품화에 대해서는 여러 관점에서 볼 수 있겠지만, 저는 그것을 일종의 ‘모순 속의 조화’로 보는 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숲을 걷거나 등산을 하는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도시 생활 속에서는 그런 경험들이 종종 다른 형태로 대체됩니다. 동시에 현대인들은 다양한 매체와 환경을 통해 자연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그 과정에서 어떤 감각을 형성합니다. 이 맥락에서 자연 역시 일정한 방식으로 소비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이러한 조건 속에서 자연에 대한 경험과 감각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는 각 개인의 태도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Better Days〉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다양한 여가 활동에 참여하는 군중입니다. 이 작업에서 공동체와 공존은 어떤 역할을 하나요? 사회적 교류의 측면이 있나요, 아니면 사람들은 각자의 무리 안에 머무르는 편인가요? 군중 속에 있는 것은 즐거운 일인가요, 아니면 감내해야 하는 것인가요?

 

〈Better Days〉의 군중은 전통적인 의미의 공동체라기보다는 느슨한 형태의 공존에 가깝습니다. 사람들은 같은 공간을 공유하지만, 각자의 방식으로 개별적인 여가를 즐깁니다. 누군가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하는 경우처럼 우연한 상황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직접적인 상호작용 없이 각자의 시간을 보냅니다. 저는 이것을 군중 속에서의 ‘자유와 안전’이라고 생각합니다. 완전히 혼자인 상태와는 다르지만, 동시에 관계에 얽매여 있는 상태도 아닙니다. 어떤 경우에는 외딴 장소에 혼자 있는 것보다 오히려 더 안정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제가 한국 사회의 ‘공존의 질서’라고 말하는 것은 ‘너와 나’ 사이의 직접적인 관계라기보다는, 관계 이전에 존재하는 느슨한 유대, 일종의 사회적 신뢰에 가깝습니다. 저는 이것이 농경 전통, 타인을 배려하는 유교적 태도, 그리고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불교적 세계관과도 관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사회에서는 일상적으로 개인주의적 경향이 강하지만, 집단적 여가의 조건 속에서는 사람들이 암묵적인 질서를 유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코로나19 팬데믹이나 최근의 정치적 상황처럼 위기의 순간에는 이러한 느슨한 공존이 더 강한 연대의 형태로 전환되기도 합니다. 따라서 〈Better Days〉의 군중은 단순히 견뎌야 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균형과 공존의 형태로 볼 수 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는 일상적으로 개인주의적 경향이 강하지만, 집단적 여가의 조건 속에서는 사람들이 암묵적인 질서를 유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 김승구

 

 

〈Better Days〉는 넓고 높은 시점의 사진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우리는 개인보다는 사회적 상황을 멀리서 보게 됩니다. 이러한 방식은 촬영 과정에서의 작가님의 개인적 경험을 어떻게 반영하나요? 스스로를 관찰자로 보시나요, 아니면 이러한 활동에 참여하기도 하시나요?

 

저는 사진가란 현실을 관찰하고, 장면의 선택과 배열을 통해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기본적으로 관찰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때로는 가족과 함께 이러한 공간에서 시간을 보낼 때처럼 참여자가 되기도 합니다. 저는 현실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려 하지만, 동시에 냉소적인 태도에 머물지 않으려고 합니다. 비판적 시선은 사고를 날카롭게 만들 수 있지만, 그 기준이 자신에게 적용될 때는 자신의 모순과 마주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한국 사회 역시 많은 모순을 안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며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고 느낍니다. 〈Better Days〉의 높은 시점과 넓은 프레임은 이러한 복합적인 감각, 즉 거리 두기와 참여, 비판과 공감을 함께 반영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시리즈를 시작하는 과정을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이미 주제를 정해두고 장소를 찾는 편인가요, 아니면 먼저 촬영을 하고 나중에 서로 다른 이미지들 사이의 일관성을 발견하는 편인가요?

 

표면적으로는 제가 의미 있다고 느끼는 장면을 먼저 촬영하고, 이후에 형식적 일관성을 구축해나가는 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 작업은 결국 오랫동안 품어온 관심사들로 수렴되기 때문에, 단순히 촬영이 먼저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제가 관심을 갖는 질문들은 전통이 동시대 사회에서 어떻게 나타나는가, 한국에서 혼종성이 어떻게 드러나는가, 사람들이 자신의 환경을 어떻게 인식하는가, 인간의 욕망이 어떻게 응축되고 표현되는가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또한 한국 사람들의 역동성과 반응성, 공동체 지향적 개인주의, 그리고 인간과 자연, 인공적인 것 사이에서 형성되는 ‘공존의 질서’에도 관심이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촬영과 개념화는 고정된 순서로 이루어지기보다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점차 하나의 시리즈를 형성해갑니다.

 

작가님의 시리즈들은 여러 해에 걸쳐 발전합니다. 언제, 혹은 어떤 경우에 하나의 시리즈가 끝났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사실 시리즈가 완성되었다고 생각해본 적이 거의 없습니다. 예를 들어 〈밤섬〉은 현장에 접근할 수 있는 허가를 받는 데만 2년이 걸렸고, 이후 8년 동안 300장 이상의 대형 필름 이미지로 촬영했음에도 여전히 한계가 있다고 느낍니다. 〈Better Days〉 역시 아직 촬영하지 못한 장소가 많이 있고, 그럴 때마다 제 작업의 속도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대형 필름으로 작업하는 과정에는 많은 단계가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속도가 느려집니다. 2010년 이후 제 작업은 미발표 작업을 포함해 10개 이상의 시리즈로 확장되었고, 〈밤섬〉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시리즈는 여전히 열려 있으며 병행해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결국 이러한 미완의 상태는 더 나은 이미지를 만들고자 하는 욕망에서 비롯되며, 동시에 변화하는 풍경을 지속적으로 기록하고 작업 안에 시간성을 축적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

- Lotte Marie R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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