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한 가짜들의 도시

도시의 광장은 난장이 되었다. 각자의 진실이 무기가 되어 목소리를 높이는 광장은 난장이 된지 오래다. 타인의 슬픔에 주목하지 않는 우리들은 자신의 진실을 확고히 하기 위해 광장에서 피 터지게 싸운다. 우리가 사는 이 도시, 서울은 그래서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고,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역할극을 끊임없이 반복한다. 선과 악의 진실게임은 서울의 일상이다.

 

김승구의 사진은 질문한다. 이 도시에서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가짜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인가? 진짜와 가짜의 팽팽한 긴장감 속에 김승구의 사진은 위치한다. 분명한 가짜가 애틋한 우리 일상의 실체가 되고 '당신이 보는 게, 당신이 아는 게 진짜 혹은 가짜가 아닐 수도 있어'라고 사진은 말한다. 사진 속 서울의 가짜들은 너무도 진짜 같아 슬프고 짠하다.

 

1968년 2월 10일, 한강의 밤섬은 다이너마이트로 폭파되었다. 밤섬은 폭파된 잔해 같은 존재로 서울에서 지워졌다. 자연과 공존하기를 포기한 도시개발의 상징 같은 밤섬에 50년 동안 새로운 자연 생태계가 생겼다. 서강대교, 마포대교를 지나다니는 무수한 차량, 여의도, 마포의 고층 아파트에서 보이는 밤섬의 과거는 삭제되었다. 폭파된 섬의 과거는 안락한 삶을 살아가는 서울의 우리들에게 소환되기를 거부 당했다.

 

작가 김승구는 도시개발의 거대한 진실게임 같은 밤섬에 대형 아날로그 카메라를 들고 서 있다. 어떤 대상에 대해 깊고 자세히 알아가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대상의 빛과 시간을 화학적으로 필름에 조각하는 아날로그 사진 매체는 밤섬의 숨겨진 과거와 새로운 야생적 생태계를 추적하는데 적합해 보인다. 대형 아날로그 사진이 가지는 깊고 풍성한 계조, 끊임없이 확장되는 디테일들은 다이너마이트로 폭파된 밤섬이라는 존재를 더 깊이 생각하고 자세히 알게 한다. 그의 카메라는 판단하거나 증명하지 않는다. 밤섬 밖에서 안에서 이제는 더 멀리서 밤섬을 필름의 표면에 조각해 나간다.

 

진짜와 가짜가 혼재하고 난투극을 벌이는 거대 도시 서울에서 김승구의 사진은 밤섬이 어떻게 끝날지를 보여주지는 않지만, 과거의 밤섬을 소환하고 현재의 밤섬에 대해서 진지하게 이야기할 수 있게 한다. 인간이 도시를 통해 어떻게 자연과 관계 맺기를 하며 공존해야 하는가를 다시 질문하게 한다.

- 최성우, 보안여관 19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