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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비, 산, 메트로폴리스

 

 

한국의 가장 큰 도시 서울에는 과거와 현재 사이의 관계를 드러내는 특별한 풍경이 있다. 잘 알려진 대로 그 도시의 혁신적인 사회 기반은 첨단 기술과 대중문화가 도시 내 유적지와 전통문화에 대한 가치 인식을 아우르며 조화와 균형을 이룬다.

 

한국의 사진작가 김승구의 작품은 전통과 현대적 가치 인식, 그 이중성을 바탕으로 한다. 그는 진경산수(2011–2019) 시리즈에서 18세기 한국에서 유래한 ‘진경산수화’를 현대적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있다. 당시 한국에는 중국의 이상적이고 관념적인 ‘산수화’가 수 세기에 걸쳐 대중화되어 왔으나 ‘진경산수화’가 유행하면서 비로소 한국의 산수를 표현하고자 하는 예술적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진경산수화는 한국 명승지의 실제 지형과 그 풍경에 내재된 심리적, 예술적 의미의 층을 모두 표현했다."1) 한국은 국토의 70% 이상이 산으로 이루어져 있기에 문화와 유산, 민족성에 대한 개념의 진화에 있어 산은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전통적으로 산은 사냥과 채집, 제례와 종교를 위한 공간이었고, 고대 한국 신화와 샤머니즘에 주요 장소로써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다.

 

현대 도시에 자연을 포함시켜 도시 경관의 변화시키는 것에는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

서울의 경우, 공원과 수목원, 식당을 중심으로 인공 산과 폭포가 늘어나며 어디서든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이 되었다. 그러나 김승구는 2008년부터 고급 아파트 단지 내에 정교하게 산이 복제되고 있는 현상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유명한 산들은 좋은 기운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한 건설 업체는 "삼각산은 새로운 왕국의 꿈이다" 또는 "삼각산은 불행을 막는다"와 같은 특정 산의 풍수를 아파트 입주민의 ‘길흉화복’에 대입시켜 광고함으로써 기존의 풍경과 차별화했다. 이후 이 유행이 너무 널리 퍼져서 초기에 산 구조물을 지었던 한 조경 회사는 "진경산수"라는 용어로 특허를 취득하기까지 했다.

 

김승구는 거의 10년 동안 이러한 장면들을 촬영하면서 비입주자로서 자신의 접근을 제지하려는 경비업체 직원들과 다투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산 구조물에 대한 권리를 입주민으로만 제한하는 것은 그 물적 가치 높이기 위한 것이지만 그 가치의 기원은 이 소유권을 넘어 본래 자연의 장소에 있고, 더 나아가 특정 산의 기운을 믿어 온 집단적 의식 속에 있다는 역설을 알게 되었다. 도시 공간에 산을 만드는 것은 상당한 비용이 필요한 일이지만(20억 원이 넘는 경우도 있다) 그 비용은 아파트 단지 안에서 주민들이 즐기는 특별하고 독점적인 경험에 의해 상쇄된다. 어떤 의미에서는, 이것은 산악 지형의 특수성을 모방하지만, 그 장소는 자연의 항구성보다는 금전적 가치를 높이는 요소로 기능한다. 김승구의 작업은 과거의 문화적 가치와 관습이 현대적 환경에서 변환되고 적용되는 그 현상을 주목한다.

 

 

이 정밀한 복제-산은 현대 문화에서 자연과 모방, 그리고 신화와 현실 사이의 관계에 대한 인상적인 질문을 던진다. 그것은 이 산이 실제 암석 조각과 살아있는 식물들로 폴리스티렌의 코어로 뒤덮고 있는 구조일 뿐만 아니라, 그것의 정신적 근원은 기념비적인 자연 세계의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모순은 대형 카메라를 사용하여 복제-산을 구성하고 있는 세부 요소들을 담아내는 작가의 촬영 과정을 통해 강조된다. 이와 같은 작가의 일관되고 세심한 접근은 원작 진경산수화의 진정성을 반영하며 관람자에게 '현대 자연경관의 정수'를 표현한 작품을 사유하게 한다. 18세기의 학자들은 진경산수화가 "인위적 의식을 배제한 채 자연에서 발현되어야 한다”라고 주장했고, 그것은 또한 "기본적이고 가장 이상적인" 한국의 풍경을 대표한다고 인식했다.2) 같은 방법으로, 작가는 이 복제-산의 정신적 관련성을 깊이 인식하고 그의 이미지들을 통해 그들의 더 넓은 사회적, 문화적 중요성을 질문한다.

 

김승구의 방법론적 접근은 한국 “산”의 신화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하는 분류학적 작업의 기반을 만들어냈다. 이 사진들은 또한 도시 생활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이 "산"들의 역할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도시 경관에 포함되었을 때, “산”은 빠른 대도시 속도에서 벗어나 여유와 휴식, 또는 여가를 위한 순간을 제공한다. 도시의 배경은 바뀌고 빛은 낮부터 밤까지 변하지만 사진 속 산들은 변함없이 시각적 중심으로 남아 점점 더 변화무쌍한 풍경 속에서 산의 영속적 기운을 환기시킨다. 사진에는 예민한 감수성이 있지만, 도시의 벽과 고산의 장면들이 혼란스러운 규모로 병치되며 아이러니를 드러낸다.

 

김승구는 작업을 통해 과거의 정신이 현대 도시에 어떻게 드러나고 있는지 제시하고 있다. 또한, 시각문화와 사회적 행동 양식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과거가 현재를 형성하는데 본질적인 역할을 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 캐서린 트로이아노, National Photography Collections, London

1) 이소영, <Mountain and Water: Korean Landscape Painting, 1400–1800>, Heilbrunn Timeline of Art History, (New York: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2) 김재숙, <Reading Traditional Artistic Sensibilities through the Concept of Jin-gyeong>, Korea Journal, Vol. 42, No.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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