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의 목록

 

​안식처, 현대사회의 진풍경

김승구는 일상 속에서 쉽게 마주할 수 있는 익숙한 풍경에 주목하여 도시와 근교의 모습을 작가의 시선으로 새롭게 조명한다. 작가는 익숙하지만 면밀히 살펴 보았을 때 다소 어색하고 기괴한 도시의 풍경에 관심을 갖고 사라져가는 자연을 대체하기 위해 만들어진 인공 조형물 등 변모된 자연의 모습을 통해 현대 사회를 바라본다. 현대 사회는 급속한 산업화로 자연 생태계가 대거 소멸되었고 점차 본래의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자연을 향유하기 어려워진 도시 곳곳에서는 사라진 자연을 재현하기 위한 방안으로 인위적으로 조성된 공원, 바위, 나무 등 자연을 모방한 조형물이 생겨나고 있다. 작가는 아파트 단지 내 조성된 정원이나 교외 페스티벌 등을 배회하며 도시 내에 인공적으로 조성된 자연 상징물을 탐구한다 .

 

<풍경의 목록>은 시간 · 계절의 변화에 따른 도심, 근교의 모습을 명료하게 담아낸 것으로 너무 익숙해서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주변 풍경을 나열한다. 김승구는 많은 사람들이 자연에 대한 갈망을 해소하기 위해 찾는 빛, 얼음, 꽃 등 환경을 주제로 하는 근교 페스티벌에 관심을 갖고 이를 관찰한다. 많은 이들이 자연을 만끽하고 휴식을 취하기 위해 페스티벌을 찾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막상 마주하는 것은 빛과 얼음 조각, 분수, 나무 조경 등 인공적으로 재현된 조형물이다. 작가는 화려한 조명과 시각적 아름다움에 현혹되어 이를 인식하지 못한 채 인공적인 자연미에 감명을 받고 사진으로 순간을 기념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모순을 발견한다. 예를 들어 물을 뿌려 인공적으로 얼린 얼음 조각과 분수, 장식을 위해 바위 사이에 인위적으로 심어진 식물 등 인공적으로 구축된 환경으로부터 위안을 받는 현실을 관찰하며 이는 현대인의 정서에 대한 고찰로 이어진다.

산수화를 도시화된 풍경으로 재해석한 <진경산수>는 산천에 둘러 쌓인 기와집, 초가집 등을 대신해 아파트 사이에 인위적으로 조성된 바위나 정원, 폭포 등의 조형물을 촬영해 상반된 의미를 전달한다. 인공 조형물이 화면을 가득 채운 풍경은 전형적인 도시의 모습과는 상충되지만 바쁜 일상 속에서 현대인의 안식처가 되는 도심 속 인공 조형물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본다. 작가는 이를 통해 삭막한 도심 속에서 다채로운 인공 조형물을 바라보며 이로 인해 잠시나마 휴식하고 위로 받는 사람들의 모습을 우리 사회의 현실로 인지한다.

오랜 시간 방치된 밤섬의 풍경을 포착한 <밤섬>은 계절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생성되는 자연 생태계를 조명한다. 작가는 도시 안에서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아 원시적으로 남아 있는 샛강 생태공원, 노들섬 등 본연의 모습을 지닌 자연 생태계를 주시하고 시간의 흐름을 통한 이들의 변화를 꾸준히 관찰해왔다. 오래 전 도시 개발을 위해 폭파되었던 밤섬은 수목이 무성하게 자란 섬의 형태를 갖추게 되었는데, 작가는 도시에서 바라 본 섬의 모습과 대조적으로 이 곳에서 바라본 삭막한 도시 풍경에 공허함을 표한다.

김승구의 작업은 사라져 가는 본연의 자연을 대신해 도시 곳곳에 자리잡고 있는 인공적 자연에 대한 작가의 심정을 대변한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오랜 시간 주시하고 수집해 온 도시 풍경을 목록화하여 선보임으로써 관람객으로 하여금 현대인은 무엇을 통해 위안받고 정서를 느끼는지 고찰하도록 유도한다.

- 박해니 (로렌스 제프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