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라이프 리서치

 

김승구의 도시생활백서

 

“장마전선이 올라오면서 이틀 동안 중부지방에 300mm 가까운 집중호우가 내려 피해가 잇따랐습니다.” 뉴스 앵커의 다급한 멘트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한강둔치에 나온 시민들은 산책로와 화단이 침수되어도 아랑곳하지 않고, 저마다의 여가에 여념이 없다. 사람들은 텐트 안이나 돗자리 위에 누워서 오수에 빠지고, 여기저기 여유롭게 낚싯대를 드리운다. 자전거와 인라인 스케이트의 움직임은 다이내믹하며, 벤치에 앉아 불어난 강물을 바라보는 연인들의 눈빛은 더없이 다정하다. 스피커에서는 위험을 알리는 경고방송이 나오지만 장마의 소강상태를 노려 텐트를 치는 시민들의 부지런함을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다.

 

매년 여름, 장마철마다 목격되는 한강시민공원의 모습은 꽤나 비현실적이다. 잿빛 먹구름을 배경으로 강물이 공원을 삼켜버린 모습은 마치 재난영화의 한 장면처럼 보인다. 익숙했던 공간이 자연현상으로 인해 하루아침에 위험천만한 장소로 변모하는 광경은 이상하고도 놀랍다. 현실에 도사리는 불안과 위험의 한 단면이 순간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놀라운 것은 영화 장면 같은 현실 속에서 벌어지는 사람들의 천태만상이다. 불안이 발밑까지 차올라 와도 돗자리에서 낮잠을 자는 경이로움은 우리의 무감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곧 위험이 한바탕 쏟아질 기세인데도 여가를 즐기려는 의지로 기어이 텐트를 치는 경악스러움은 무감각을 넘어 우리의 뒤틀린 욕구를 폭로한다. 이를 관찰하고 기록하는 김승구의 ‘리버사이드’ 시리즈는 재난영화의 한 장면 같은 풍경으로 다가와 블랙코미디처럼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도시인 관찰하는 한강미션

장마철 한강의 풍경과 사람들을 관찰하고 기록할 것! ‘리버사이드’ 시리즈에서 김승구는 작업자로서 꽤나 단순하고 간명한 미션을 수행하지만 그 결과물은 긍정과 부정으로 쉽사리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우리의 세태를 보여준다.

“라디오에서는 연신 기상 특보가 나왔지만 차창 밖에서는 사람들이 평화롭게 여가를 즐기고 있었다. 이상하게 바라보다가 문득, 이렇게라도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위안을 받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었다.”

이때부터 매년 여름, 장마철마다 한강을 찾아 미션을 실행한 작가는 우리에게 익숙한 공간인 한강을 낯선 풍경으로 제시한다. 한강에서 사람들의 모습을 꼼꼼하게 관찰한 지난 3년 동안의 기록은 그동안 자연스럽게 여겼던 한강에서의 여가행태를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 여기서 장마철은 여가를 소비하려는 사람들의 극단적인 욕구를 드러내는 작가의 선택으로 풀이된다.

 

여가공간에 투영된 도시인의 욕망

한강은 장마철을 비롯해 사시사철 도시인의 다양한 여가활동이 배출되는 공간이다. 발 디딜 틈도 없이 빽빽하게 텐트가 들어찬 캠핑장, 설 대목의 목욕탕이 연상되는 야외 수영장, 황사철에도 마스크로 무장한 사람들이 넘쳐나는 산책로와 자전거도로 등의 모습을 한 발자국 물러나 바라보면 현기증이 일어난다. 이처럼 이상한 광경은 과연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여가의 모습일까? 우리 모두는 스스로 여가를 소비한다고 여기지만 오히려 도시생활에서 양산되는 여가패턴에 익숙해지고 길들여지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도시에서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언제나 일탈을 꿈꾸고, 자유롭고 싶은 욕망을 강하게 느끼게 마련이다. 하지만 현실적인 제약과 물리적인 시공간의 한계로 인해 한강이나 도시근교에서 패스트푸드를 소비하듯이 여가를 보내며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위안을 삼는 것이 우리네 도시인의 모습이다.”

김승구의 카메라는 한강을 배회하지만 그의 시선은 도시의 중심으로 향한다. 그리고 작가의 본심은 ‘리버사이드’를 에둘러 우리의 ‘시티라이프’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시티라이프를 관통하는 사회풍경들

김승구는 지난 3~4년 동안 ‘리버사이드’를 비롯해 여러 다양한 시리즈를 통해 도시인의 여가와 연관된 사회적 풍경을 지속적으로 채집해오고 있다. 주말이면 사람들이 몰리는 도시 근교 음식점의 이미지를 수집한 ‘이동갈비’, 영화세트장처럼 급조되고 사라지는 얼음축제의 현장을 추적하는 ‘윈터세트’ 그리고 고급 아파트 단지의 기묘한 인공정원을 보여주는 ‘진경산수’, 도시 속에서 고립된 채 원시자연을 간직한 밤섬을 탐험하는 ‘히든파크’ 등의 시리즈가 그것들이다.

한강뿐만 아니라 서울의 도심과 근교로까지 발길을 넓혀 포착한 풍경 속에는 급속한 도시화와 함께 인위적으로 조성된 여가공간 그리고 이곳에 투영된 도시인의 정서와 욕망 등이 드러난다. 특히 ‘진경산수’와 ‘이동갈비’ 시리즈에서는 각각 아파트 단지의 인공정원과 근교의 대형음식점을 통해 도시생활 속에서 자연을 가까이 두고 교감하려는 현대인의 욕망을 우회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아파트 주민들의 길흉화복을 빌기 위해 금강산이나 설악산 등을 축소한 형태로 조성한 인공정원의 모습(진경산수)과 토속적인 외관과 인테리어의 음식점에 가라오케 시설과 인공자연물이 차지한 광경(이동갈비)은 부자연스럽고 어색한 장면을 보여준다. 과거와 현재, 동양과 서양 등 서로 이질적인 요소들이 혼재되고 결합된 풍경은 기묘한 아이러니를 자아낸다.

 

도시의 중심지에서 변두리까지 다양한 사회적 풍경이 교차하는 김승구의 작업은 동시대의 ‘시티라이프’를 입체적으로 조망하려는 작가의 노력이 그대로 묻어난다. 그의 작업은 ‘도시생활과 여가공간 그리고 이 안에서 드러나는 사람들의 욕망과 정서’를 작업적 관심사로 설정하고, 이 안에서 여러 카테고리 별로 다양한 사회적 풍경을 수집하며 점점 외연을 넓혀가고 있다. 또한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풍경 속에서 동시대의 세태를 포착하고, 긍정과 부정의 판단을 내리기에 앞서 묵묵히 관찰하고 기록을 축적하는 태도를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김승구의 작업방식과 태도는 ‘시대의 관찰자’ 역할을 자처하고 있으며, 이는 앞으로도 동시대의 사회적 풍경을 기록할 그의 행보를 기대하게 만든다.

 

- 박지수 (월간사진)